아스파라거스 잎 떨어짐 (습도, 물주기, 품종)

아스파라거스 겉흙은 말랐고 물도 제때 줬는데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우수수 떨어진다면, 대부분 과습을 떠올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여러 품종을 키우며 깨달은 건, 과습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공중습도가 낮은 환경에서 아스파라거스를 키울 때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아스파라거스 잎 떨어짐 (습도, 물주기, 품종)
아스파라거스 잎 떨어짐 (습도, 물주기, 품종)

아스파라거스가 습도를 좋아하는 이유

아스파라거스는 아프리카가 자생지입니다. 그런데 아프리카라고 해서 다 건조한 환경은 아닙니다. 아스파라거스 나누스처럼 덩굴성으로 자라는 품종은 숲 속에서 자라고, 위로 쭉쭉 자라는 피라미달리스 같은 품종은 개활지(開闊地)라고 해서 숲과 초원의 중간 지대에서 삽니다. 개활지란 나무가 드문드문 있고 햇빛이 잘 드는 열린 땅을 뜻합니다.

아프리카에는 건기와 우기가 있는데, 아스파라거스가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는 바로 우기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름철이죠. 건기엔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하기 때문에, 이 식물은 뿌리에 알뿌리를 만들어 물을 저장합니다. 우기 때 흠뻑 물을 머금은 알뿌리가 건기 동안 조금씩 수분을 방출하며 잎에 물을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아스파라거스가 건조에 강하다는 말은 뿌리의 알뿌리 덕분이지, 공기 자체가 매우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식물이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는 시기는 습도가 높은 우기입니다. 저희 집도 식물이 많아서 평소 습도가 50~60% 사이를 유지하는데, 그 환경에서 아스파라거스들이 눈에 띄게 잘 자랐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잎이 떨어지는 진짜 이유는 낮은 습도

아스파라거스의 잎을 자세히 보면 치수처럼 얇고 바늘침처럼 촘촘합니다. 이렇게 잎이 가늘어진 이유는 강한 햇볕과 불규칙한 물 공급 환경을 버티기 위해 식물 스스로 진화한 결과입니다. 잎이 얇으면 물을 저장할 공간이 없고, 증산작용(蒸散作用)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증산작용이란 식물이 잎의 기공을 통해 수분을 대기로 내보내는 현상을 뜻합니다.

그런데 실내 환경이 너무 건조하면 어떻게 될까요? 잎이 얇기 때문에 공중습도가 낮으면 금방 수분을 잃고 말라버립니다. 흙은 촉촉한데도 잎이 노랗게 변하고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제가 키우는 아스파라거스 스프링겔은 여름철 8월에 꽃을 가장 많이 피웁니다. 습도가 높고 온도가 25~30도 사이일 때 꽃망울을 맺고 한 달 내내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따라서 아스파라거스를 키우는데 겉흙은 마르고 물도 줬는데 잎이 우수수 떨어진다면, 지금 키우는 환경의 습도를 꼭 체크해보세요. 습도계로 재봤을 때 50% 내외가 이상적입니다. 50~70%가 가장 좋지만, 70%까지 올리면 사람이 불편하니 50~60% 정도로 맞추는 게 현실적입니다. 만약 습도가 그보다 훨씬 낮다면, 화분 받침대에 자갈을 깔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서 아디안텀 습도 올리듯이 관리해보세요. 새순이 나오거나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 줄어드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품종별 물주기와 빛 관리 차이

아스파라거스는 품종마다 성향이 제법 다릅니다. 제가 직접 키워보면서 느낀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스파라거스 수아베올렌스: 다른 품종보다 물을 훨씬 좋아합니다. 저는 웬만하면 화분이 가벼워지면 물을 주는 편인데, 이 친구는 마감토가 물기가 싹 날아가면 바로 물을 줍니다. 처음엔 토분에 심었는데 물마름이 너무 빨라서 성장을 못 하더군요. 그래서 유약 화분과 토분의 중간쯤 되는 그로브 팟 화분으로 옮겨 심었더니 흙이 어느 정도 촉촉하게 유지되면서 훨씬 잘 자랐습니다.
  2. 아스파라거스 피라미달리스: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다른 아스파라거스는 반년이면 분갈이를 한 번 이상 해줘야 하는데, 이 친구는 반년이 지나도 화분이 답답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직광을 많이 받아야 잎이 촘촘하게 나무처럼 자랍니다. 실내 창가에서 키울 때와 베란다 직광에서 키울 때 잎 모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직광을 받으면 치수처럼 촘촘하게 자라고, 빛이 부족하면 잎이 벌어지면서 성긴 모습이 됩니다.
  3. 아스파라거스 팔카투스: 강한 빛을 좋아하지 않는 예외적인 품종입니다. 실내에서도 빛이 너무 강하게 들어오면 진한 초록색 대신 갈색 화상 자국이 생긴 잎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거실 안쪽으로 들여놓고 키우고 있습니다. 알뿌리가 살짝 보여도 급하게 분갈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근상(根上)이라 해서 뿌리를 화분 밖으로 올려 키워도 성장하는 식물입니다. 다만 그렇게 키우면 성장이 좀 느릴 뿐입니다.

분갈이보다는 2주에 한 번 정도 액체 비료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뿌리를 많이 쳐내면 오히려 분갈이 몸살을 겪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화분에 오래 키우면서 영양제로 보충하는 방식이 아스파라거스를 예쁘게 오래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아스파라거스 잎이 떨어지는 건 과습보다 낮은 습도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습도계로 환경을 체크하고, 품종별 물주기와 빛 조건을 맞춰주면 훨씬 건강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과습이 문제인 줄 알고 물을 줄였다가 오히려 상태가 나빠진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비슷한 상황이라면 습도부터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 아니지만, 환경만 맞춰주면 정말 오래오래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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