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식물 (동백, 실봉나무, 석송 관리)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동백부터 은목서, 실봉나무, 석송까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들을 직접 키워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들도 있었고 생각보다 까다로운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무 식물 입문자분들이 덜 헤매도록 솔직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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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나무 식물 (동백, 실봉나무, 석송 관리) |
겨울에 꽃 피우는 동백과 은목서, 누가 더 키우기 쉬울까
저도 처음엔 동백나무를 어렵게만 생각했습니다. 꽃을 피우려면 뭔가 특별한 조건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직접 베란다에서 키워보니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핵심은 단 하나, 물을 말리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꽃망울(화아, 花芽)이 올라오는 시기에는 수분 요구량이 확연히 늘어납니다. 화아란 꽃이 되기 전 단계의 눈을 뜻하며, 이 시기에 건조해지면 꽃봉오리째 뚝 떨어지는 낙뢰 현상이 생깁니다. 낙뢰(落蕾)란 꽃이 피기 전에 봉오리가 떨어지는 증상을 말하는데, 동백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실패 원인입니다.
메구미 동백은 일반 동백과 달리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파스텔 핑크와 짙은 분홍이 겹치는 화형(花形)이 특징인데, 화형이란 꽃의 전체적인 모양과 크기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겹꽃 화형을 가진 메구미는 꽃 하나의 존재감이 커서, 집 안에 서너 송이만 피어도 제법 풍성해 보입니다. 꽃 피우기에 자신이 없는 분이라면 이미 꽃망울이 달린 개체를 데려오는 것을 권합니다. 키우면서 터트리는 재미가 있거든요.
은목서는 동백과 비교했을 때 성격이 좀 다릅니다. 상록수(常綠樹)라 사시사철 잎이 붙어 있고, 성장 속도가 굉장히 느립니다. 상록수란 계절에 관계없이 일 년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하는 나무를 뜻합니다. 느리게 자란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화분 크기를 맞추지 않아도 관리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뿌리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큰 화분에 심으면 과습(過濕) 위험이 생깁니다. 과습이란 화분 내 수분이 과도하게 유지되어 뿌리가 썩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성장이 느린 나무일수록 흙이 마르는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화분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실봉나무, 위시리스트에만 묵혀두다 드디어 만난 날
실봉나무를 처음 알게 된 건 누군가 가지치기로 풍성하게 키운 사진을 보고서였습니다. 잎이 꼬불꼬불하고 가지가 삼발처럼 뻗어 나오는 모양이 너무 개성 있어서, 그날 바로 위시리스트에 올려뒀습니다. 문제는 나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그러다 직접 만나게 됐고, 이미 만난 이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실봉나무는 수형(樹形)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수형이란 나무 전체의 형태와 실루엣을 뜻하며, 같은 종이라도 개체마다 생김새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손을 자주 댈수록 세상에 하나뿐인 나무가 됩니다. 저는 목대를 위로 올리면서 가지치기를 반복해서 분재형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가지치기를 많이 하면 수관(樹冠)이 풍성해지는데, 수관이란 나무 줄기 위쪽의 가지와 잎이 이루는 전체 부분을 말합니다.
실봉나무를 잘 키우는 방법을 찾아보니 유박 비료를 흙 위에 올려두는 방식을 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유박(油粕) 비료란 식물성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발효시킨 유기질 비료로, 물을 줄 때 서서히 녹으면서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녹는 과정에서 흰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식물에게 이로운 미생물이 활동하는 것이므로 걷어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단, 분갈이로 뿌리가 손상된 직후에는 비료를 주면 안 됩니다. 뿌리가 회복하기 전에 비료를 주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이건 실봉나무만의 원칙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무 식물에 공통으로 해당합니다.
실봉나무를 처음 보는 분이라면 플랜테리어(planterior) 소재로도 아주 좋습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로 공간을 꾸미는 방식을 뜻합니다. 전형적인 나무 이미지가 아니라 조형물에 가까운 느낌이 나서, 공간에 개성을 더하고 싶을 때 선택지로 꽤 괜찮습니다.
겨울에 더 빛나는 나무들, 고산 진달래와 장수매
고산 진달래는 봄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 나무를 겨울 준비용으로 씁니다. 꽃눈이 지금부터 맺히기 시작해서 봄에 터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겨울 내내 꽃망울이 달려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고산 진달래의 특징은 꽃이 피기 전에 잎을 먼저 다 떨군다는 겁니다. 빈 줄기에서 꽃만 팡팡 피어나는 모습이 마치 동양화 같아서, 처음 보는 분들은 나무가 죽었나 싶어 당황하기도 합니다.
고산 진달래를 화분에 심을 때는 녹소토(鹿沼土)를 섞는 것을 권합니다. 녹소토란 일본 도치기현 녹소 지역에서 채취되는 산성 화산토로, 산성을 좋아하는 진달래과 식물에 특히 잘 맞는 용토입니다. 펄라이트만 단독으로 쓰는 것보다 녹소토를 함께 배합하면 뿌리 발달이 훨씬 좋아집니다. 화분은 뿌리 크기에 맞춰 작은 편이 좋고, 꽃눈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물을 절대 말리면 안 됩니다.
장수매(長壽梅)는 이름부터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명력이 강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온도 조건만 맞으면 봄과 여름 외에도 가을에 한 번 더 꽃을 피웁니다. 직접 키우면서 느끼는 건, 이 나무가 의외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꽃 흔적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회갑 선물로도 오랫동안 쓰였다고 하는데, 꽃도 피고 향기 좋은 열매도 맺는 나무라 선물 식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낙엽수(落葉樹)이기 때문에 여름과 늦가을에 잎이 집니다. 낙엽수란 특정 계절에 잎을 떨구는 나무를 말하며, 이 현상 자체가 정상이므로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석송, 처음엔 다 똑같아 보이다가 빠져버리는 식물
석송(石松)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초록 줄기들이 늘어진 게 전부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하나를 키우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달라졌습니다. 각 개체마다 수형이 다르고, 잎의 너비가 다르고, 줄기가 뻗는 방식도 다릅니다. 한번 관심이 생기면 하나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이 식물의 특징입니다.
석송은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의 일종입니다. 양치식물(Pteridophyta)이란 꽃이나 씨앗 없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군을 뜻하며, 고사리가 대표적입니다. 석송도 이 계열이기 때문에 새 줄기(세순)가 나오는 속도가 일반 꽃식물과 다릅니다. 여름에 세순이 가장 활발하게 나오고, 겨울에도 빛을 충분히 받으면 꾸준히 자랍니다. 한겨울에 벽에 걸어둔 초록 석송이 커튼처럼 찰랑거리는 걸 보면 기분이 꽤 좋아집니다. 이건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감각입니다.
석송을 처음 키우는 분들께는 잎이 넓고 풍성한 품종부터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눈물나이아(Lycopodium)처럼 머리 부분이 분리된 듯 자라는 희귀 품종은 관리 난이도가 높고, 죽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꽤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고난도 품종은 석송을 한두 개 이상 경험한 뒤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관심하게 키우는 편이 오히려 더 잘 자란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방치 사이 어딘가가 정답인 것 같습니다.
석송 관리에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은 마른 잎을 따내도 된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따지 말라는 정보가 많았는데, 실제로 키워보면서 확인해보니 끝이 마른 잎은 보이는 대로 제거해도 위로 번지거나 악화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