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디움 구근 심기 (분갈이, 물주기, 삭소롬)
솔직히 저는 칼라디움 구근을 처음 키울 때 겨울잠 자는 동안 구근을 꺼내서 보관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수년째 화분째 두고 키우다 보니, 이 방법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구근 관리 때문에 고민하신 적 있으신가요? 겨울잠에서 깨어난 칼라디움부터 빛이 적어도 잘 피는 델피늄, 그리고 성장이 느린 삭소롬까지, 제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함께 실전 팁을 공유해드립니다.
| 칼라디움 구근 심기 (분갈이, 물주기, 삭소롬) |
칼라디움 구근, 화분째 두면 안전합니다
칼라디움은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잎이 지고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이때 구근을 캐서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는데요, 저는 그 방법을 쓰지 않습니다. 화분째 어두운 곳에 두었다가 봄에 촉이 올라오면 그때 새 흙에 옮겨 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구근이 마르거나 부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요.
작년에 키우던 캐롤라인이라는 품종은 정말 예뻤는데, 장마철 과습으로 구근 일부가 녹아버렸습니다. 칼라디움은 구근 식물(球根植物)이라 뿌리가 둥글게 뭉쳐 있는 형태인데요, 이런 구근 식물은 물이 고이면 쉽게 무르기 때문에 배수가 생명입니다. 쉽게 말해 물 빠짐이 좋은 흙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상토에 펄라이트, 녹소토, 훈탄을 섞어서 배수를 더 좋게 만들었습니다.
칼라디움 싹이 올라오는 시기는 온도가 20도 이상 일정 기간 유지될 때입니다. 저는 3월 중순쯤 화분을 한 번씩 확인해보는데요, 흙을 살짝 파보면 촉이 톡톡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때 구근을 캐서 새 흙에 심어주면 됩니다. 촉이 나온 부분이 위로 가게 심고, 화분 깊이의 2/3 정도에 구근을 놓은 뒤 흙을 덮어주면 끝입니다.
구근 심은 직후 물주기, 이게 핵심입니다
여러분, 구근 심고 나서 물을 어떻게 주시나요? 저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잎이 있는 칼라디움은 겉흙이 마르면 물을 줘야 할 정도로 물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그런데 이제 막 촉이 나온 구근은 아직 뿌리가 없어서 물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이때 물을 흠뻑 주면 구근이 물에 잠겨서 무를 수 있고, 반대로 물을 안 주면 촉이 말라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구근이 심겨진 부분까지만 물이 닿을 정도로 위에서 살짝 물을 줍니다. 물구멍으로 물이 콸콸 쏟아지게 줄 필요는 없습니다. 겉흙이 마르면 비슷한 양의 물을 주면서 구근 상태를 체크합니다. 온도가 20도 이하로 떨어지면 성장을 멈출 수 있으니 온도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일반적인 물주기로 전환하면 됩니다.
성장기에 접어들면 흙이 계속 촉촉한 상태가 되는데요, 이런 환경은 뿌리파리(fungus gnat)가 좋아하는 조건입니다. 뿌리파리란 축축한 흙에서 번식하는 작은 벌레로, 식물 뿌리를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친환경 토양 살충제를 흙에 섞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벌레 걱정 없이 칼라디움을 키울 수 있습니다.
델피늄 분갈이, 뿌리를 살살 다뤄야 합니다
델피늄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꽃입니다. 오묘한 블루색 꽃을 보고 있으면 눈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올해는 블루색과 분홍색 델피늄을 함께 들여서 합식(合植)으로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합식이란 여러 식물을 한 화분에 함께 심는 방식인데요, 같은 종류의 식물을 색만 다르게 섞으면 키우는 방법이 똑같아서 관리가 쉽습니다.
델피늄을 분갈이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뿌리를 살살 다루는 것입니다. 저는 야생화 매장에서 델피늄을 데려왔는데, 기존 흙이 모래가 많이 섞인 사질토(砂質土)였습니다. 사질토란 모래 성분이 많은 흙으로, 배수가 빠른 편이지만 실내에서는 물 마름이 더뎌서 과습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흙을 최대한 털어내고 상토로 옮겨 심었습니다.
흙을 털 때는 절대 식물을 들고 흔들면 안 됩니다. 바닥에 화분을 두고 꼬챙이로 살살 흙만 툭툭 털어내야 뿌리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분갈이 후 꽃이 떨어지거나 식물이 죽는 경우는 대부분 뿌리를 거칠게 다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영상에서 보여드리는 것보다 훨씬 오래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분갈이를 합니다.
델피늄은 빛이 적은 자리에서도 꽃을 예쁘게 피워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남향인 저희 집은 여름에 베란다 창가 앞에만 햇빛이 들어오는데, 델피늄은 그늘진 자리에서도 잘 자라더라고요. 분갈이 후에는 바람이 잘 드는 그늘에 최소 일주일은 두어야 합니다. 만약 분갈이 후 잎이 누렇게 뜬다면 꽃을 잘라주세요. 그러면 식물이 힘들어하는 게 확 줄어듭니다.
삭소롬 빨리 키우는 팁, 작은 화분이 답입니다
분홍색 삭소롬을 보고 반해서 들였는데, 이 친구는 보라색이나 흰색보다 성장이 느리고 여름에 무름병으로 잘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연분홍 꽃이 너무 예뻐서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삭소롬을 빨리 키우고 싶으신 분들께 제가 터득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핵심은 작은 토분에 심는 것입니다. 뿌리보다 1배 정도 큰 작은 화분에 심으면 뿌리가 금방 화분을 가득 채우게 되고, 그러면 식물이 빠르게 성장합니다. 보통은 새 뿌리를 흙에 내리고 어느 정도 화분 크기에 맞춰 뿌리가 자란 다음에 윗부분이 자라는데, 화분이 작으면 이 과정이 빨라집니다. 물을 자주 주어도 과습 걱정이 적어서 성장 속도가 확 달라집니다.
삭소롬은 건조에 강한 식물입니다. 화분이 가벼워졌을 때 물을 주면 되는데요, 너무 건조하게 키우면 깍지벌레가 생깁니다. 적당히 습도가 있는 곳에서 키우는 게 좋습니다. 삭소롬 잎에는 털이 있어서 잎에 물이 닿는 걸 싫어합니다. 물이 닿은 채로 빛을 받으면 잎에 하얀 반점이 생기기도 해서, 저는 항상 저면관수(底面灌水)로 물을 줍니다. 저면관수란 화분 아래쪽에 물을 담아두고 흙이 물을 빨아들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분갈이할 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분갈이하고 순집기(摘心)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은 모종일 때는 둘 중 하나만 하는 게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순집기란 식물의 끝순을 잘라서 옆으로 가지를 많이 나오게 하는 방법인데요, 키를 키울 때는 순집기를 하지 않고 키워야 빨리 자랍니다. 저는 찐보라 삭소롬은 순집기 없이 키우고, 분홍이는 순집기를 해서 다글다글하게 키워볼 예정입니다.
- 삭소롬 흙 배합: 상토 5, 지렁이 배양토 2, 산야초 3, 훈탄 소량
- 성장이 느린 식물은 넉넉한 크기의 토분에 심어 한 자리에서 오래 키우기
- 배수층을 만들어 줄기 무름 방지
- 저면관수로 잎에 물이 닿지 않게 물주기
호접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작년에 베란다 습도가 미치게 높아져서 호접란 잎이 다 물러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수태로 옮겨주고 한 달 넘게 물을 한 번도 안 줬는데, 세상에 꽃이 피었습니다. 호접란 꽃을 보려면 물을 말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된 셈입니다. 식물을 완벽하게 돌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살아 있음을 식물들이 스스로 증명하니까요.
여러분도 혹시 식물 키우면서 완벽함에 집착하고 계신가요? 조금은 완벽함을 내려놓으시면 어떨까요? 의외의 곳에서 꽃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올해도 칼라디움의 예쁜 잎과 델피늄의 시원한 꽃, 그리고 삭소롬의 연분홍 꽃을 기대하며 천천히 키워볼 생각입니다. 베란다가 작아도, 햇빛이 적어도, 식물은 제 나름대로 자라는 방법을 찾아가더라고요. 이 글이 여러분의 식물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