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잉 식물 립살리스, 석송, 돌고래다육 관리법
솔직히 저는 행잉 식물을 키우기 전까지 식물을 걸어서 키운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화분은 당연히 바닥이나 선반에 놓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립살리스 카스타를 처음 봤을 때, 폭포처럼 쏟아지는 줄기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바로 데려왔습니다. 그때부터 제 집은 천장과 벽에 식물이 주렁주렁 매달린 작은 정글로 변했습니다. 행잉 식물은 바닥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줘서, 좁은 집에서도 충분히 초록 매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립살리스 종류별 특징과 관리법
립살리스(Rhipsalis)는 선인장과에 속하는 착생식물로, 다육질 줄기가 늘어지며 자라는 특성 덕분에 행잉 식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착생식물이란 다른 식물이나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식물을 뜻하는데,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생존합니다. 이 때문에 립살리스는 일반 화초보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건조한 실내 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버팁니다.
제가 가장 먼저 키운 립살리스 카스타(Rhipsalis cassutha)는 4년 넘게 키우면서 줄기가 폭포처럼 길게 늘어졌습니다. 줄기 자체는 1센티미터 정도로 가늘지만, 통통한 다육질 잎 덕분에 물 줄 타이밍을 잎을 만져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잎이 물렁해지면 물을 달라는 신호입니다. 카스타는 줄기 아래쪽에 하얀색 종 모양 꽃이 피는데, 숱이 많을수록 꽃도 빼곡하게 달려서 장관을 이룹니다. 작년에도 꽃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피었는데, 올해는 초반 모습만 담아놔서 아쉬웠습니다.
립살리스 프라카룸(Rhipsalis pilocarpa)은 하나의 줄기가 삐죽하게 내려오다가 끝에 잔 줄기들이 달리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새순이 나올 때는 안테나처럼 솟아올라서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엽습니다. 저는 주로 한쪽 면으로만 걸어놔서 뒷면이 다소 빈약한 편인데, 실내 창가에 커튼 레일에 걸어두다 보니 창문에 잎이 닿지 않게 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주기적으로 화분을 돌려가며 키우면 더 균형 잡힌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제 환경에서는 한쪽 방향 성장이 더 실용적이더라고요.
- 립살리스 테레스(Rhipsalis teres): 프라카룸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랐을 때 훨씬 더 자유분방한 수형을 보입니다. 줄기 사이사이에 연한 노란색 꽃받침 위에 하얀 수술이 달린 꽃이 피고, 수정되면 흰 구슬 같은 열매가 맺힙니다.
- 립살리스 뽀빠이(Rhipsalis cereuscula): 줄기 마디가 짧게 끊어져 연결되어 자라서 '체인 선인장' 또는 '춤추는 선인장'이라 불립니다. 빛을 많이 받으면 줄기가 붉게 물들며, 줄기 끝에 노란 폭죽 같은 꽃을 다닥다닥 피웁니다.
- 립살리스 루비(Rhipsalis pilocarpa 'Ruby'): 넙적한 잎이 붉게 물들면 다른 립살리스보다 훨씬 화려합니다. 꽃이 지고 나면 투명한 알사탕 같은 열매가 달리는데, 이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립살리스 관리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서 1년에 한두 번 알비료를 화분 위에 올려주고, 가끔 액체비료를 곁다리로 줄 때 함께 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육식물의 한 종류라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대신, 한 번 줄 때는 저면관수로 충분히 흡수하게 합니다. 물을 주고 나면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반그늘에 두었다가, 이후 햇빛 드는 창가로 옮기는 방식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실내든 베란다든 빛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고, 병충해도 거의 없어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석송 품종별 키우기와 실내 습도 관리
석송(Lycopodium)은 고사리과에 속하는 양치식물로, 포자로 번식하는 원시적인 식물입니다(출처: 국립생물자원관). 고사리과 식물이라고 하면 습한 환경을 떠올리기 쉬운데, 의외로 석송은 실내 창가에서도 잘 자라고, 베란다에서도 문제없이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추위를 타는 편이라 겨울에는 실내로 들여놓고, 여름에는 베란다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제가 제일 먼저 키운 석송 트라이앵글사툴(Asparagus setaceus)은 성장도 빠르고 순한 편이어서 초보자에게 추천합니다. 새 잎은 뿌리 쪽에서 작게 올라와 점점 자라며 아래로 늘어지고, 늘어진 줄기 끝에서도 새순이 계속 나와 길이가 길어집니다. 길쭉하게 나온 새순이 잎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가지 끝마다 달리는 새순을 보면 마치 등나무에 꽃이 달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석송 플래그마리아(Asplenium nidus)는 잎이 더 넓게 펼쳐지며 자라는 품종입니다. 잎 끝 새순이 길쭉하게 나왔다가 시간이 지나면 옆으로 착착 펴지는데, 뾰족한 잎들이 좌우로 교차하며 겹쳐 나오는 덕분에 훨씬 풍성한 느낌이 듭니다. 분갈이 직후 저희 집 환경에 적응하느라 초반에 잎 끝이 살짝 탔었는데, 잠깐 그러더니 금방 적응하더라고요. 처음 데려왔을 때보다 점점 풍성해지는 모습을 보니 키우는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석송 낭클레이(Nephrolepis cordifolia)는 연한 녹색 줄기에 뾰족한 잎이 삥 둘러있어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습니다. 처음에는 한 줄기로 나오지만 조금 자라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자라면서 계속 두 갈래로 갈라지며 숱을 늘려갑니다. 갈라지는 시점이 균일해서 줄기마다 같은 길이에서 갈라져 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뾰족한 잎 모양 때문에 따끔거릴 것 같지만, 머리 쓰다듬듯 만져보면 기분 좋은 촉감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눔물라리폴리아(Nephrolepis exaltata)는 석송 중에서도 키우기 가장 까다로운 품종입니다. 잎이 종잇장처럼 납작해서 공중 습도가 부족하면 쉽게 마릅니다. 제 경험상 까다로운 식물은 환경을 자주 바꾸는 것보다 한 자리에서 꾸준히 키우는 게 안정적이더라고요. 저는 석송을 키우면서 잎 분무를 해주지 않습니다. 잎에 직접 분무하는 게 오히려 잎이 마르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신 식물들을 모아 키우면서 실내 습도를 40~50% 정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베란다는 창문이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열려 있어 낮에는 거실과 비슷하지만, 밤에는 70%까지 올라갑니다.
석송이 키우기 어려운 식물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막상 키워보니 눔물라리폴리아를 제외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석송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한라산, 설악산, 울릉도까지 엄청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자생하는데, 이는 석송이 다양한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뿌리에 문제가 없다면 성장은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서, 오래 키울수록 풍성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구입 후 상토를 섞은 배합 흙에 분갈이해서 키우고 있으며, 화분이 가벼워지고 안쪽 흙이 마른 걸 확인한 뒤 물을 줍니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10일에 한 번 물을 주고, 이때 액체 영양제를 함께 줍니다.
돌고래 다육과 코도난테 그라실리스
돌고래 다육(Senecio peregrinus)은 잎 모양이 하늘을 헤엄치는 작은 돌고래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입니다. 다육식물(succulent)이란 잎이나 줄기에 수분을 저장하는 식물을 뜻하는데, 건조한 환경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어 물 주기가 간편합니다. 지난번 구독자님이 이 식물을 찾는다고 하셔서 알게 됐는데, 검색해서 사진으로 봤을 때도 귀엽다고 느꼈지만 실물을 보는 순간 완전히 반했습니다. 새순조차 돌고래 모습이 있어서 너무 귀엽습니다.
구입했을 때 돌고래 다육은 상토에 심어져 있었는데 뿌리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화분으로 옮길 때 상토에 배수 좋게 녹소토를 섞었습니다. 빛보다 바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서 거실과 베란다 문 사이 벽에 걸어 키우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콩란도 자라는 자리인데, 콩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 돌고래 다육 키우기에도 좋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다육식물은 잎에 수분을 저장하고 있어서 여름철 강한 햇빛을 직접 받으면 화상을 입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빛보다 바람이 우선이라 베란다에서 키운다면 빛이 강하지 않은 안쪽 자리에 두는 게 좋습니다. 실내 창문을 거쳐 들어오는 빛은 강하지 않으니 실내 창가에 둬도 괜찮습니다.
코도난테 그라실리스(Codonanthe gracilis)는 온도만 맞으면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는 행잉 식물입니다. 작년 12월 겨울에도 꽃을 피웠는데, 11월 중순에 꽃대를 올리고 1월 초까지 한 달 넘게 꽃을 봤습니다. 지금은 물 주기를 몇 번 놓쳐서 중간 잎들이 좀 떨어졌지만, 늘어진 모습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행잉 식물은 정면도 예쁘지만 아래에서 볼 때도 매력이 넘칩니다. 작은 화분 아래로 늘어진 잎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숲속 그늘 아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줄기는 딱딱한 나뭇가지 같은데, 굵고 탄탄한 잎과는 달리 꽃은 청초한 흰색입니다. 향기는 없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꽃을 볼 수 있는 게 이 친구의 매력입니다. 거실 창가에 키우는데도 꽃 인심이 후해서, 지난달에는 꽃이 지고 난 자리에 자가 수정이 돼서 주황색 알 전구가 생겼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터트렸더니 씨앗이 많이 있어서 재미삼아 파종도 해뒀습니다.
정리하면, 행잉 식물은 바닥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최고의 플랜테리어 아이템입니다. 립살리스는 병충해 없이 키우기 쉬우면서 꽃까지 보여주고, 석송은 사계절 내내 초록 커튼을 선사하며, 돌고래 다육과 코도난테 그라실리스는 귀여움과 꽃 구경을 동시에 줄 수 있습니다. 물 주기가 긴 편이라 깜빡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식물을 걸어서 키운다는 게 낯설었지만, 지금은 집 곳곳에 행잉 식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매일 초록 숲에서 사는 기분입니다. 여러분도 작은 공간에서 초록 매직을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