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수형 잡기 (필로덴드론, 로벨리아, 한련화)

저는 거실에서 필로덴드론을 3년째 키우고 있는데, 처음엔 잎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선반 하나가 식물 하나로 꽉 찼습니다. 그런데 수형 관리(植物 樹形, 식물의 전체적인 모양과 형태를 의미하는 원예 용어)를 시작하면서 같은 공간에 식물을 두 배로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수형이란 쉽게 말해 식물의 줄기와 잎이 자라는 방향을 사람이 원하는 형태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거실 식물들을 베란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가 실제로 적용해온 수형 관리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식물 수형 잡기 (필로덴드론, 로벨리아, 한련화)


필로덴드론 수형, 지지대와 빛 방향이 핵심

필로덴드론 빌리에이티에는 원래 사방으로 잎이 퍼지는 성향이 강한 식물입니다. 제가 처음 키울 때도 동서남북으로 잎이 난 탓에 화분을 어디에 둬도 공간을 많이 차지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한 건 지지대 활용과 일정한 빛 방향 유지였습니다. 굵은 지지대를 목대 줄기 가까이 세우고 벨크로 타이로 줄기를 고정하면, 잎 한 장씩 개별 지지대를 세우는 것보다 공간을 훨씬 덜 차지합니다.

빛을 받는 방향을 항상 정면으로 고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식물은 빛이 오는 쪽으로 새잎을 내기 때문에, 화분을 돌리지 않고 항상 같은 방향으로 두면 새잎도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나옵니다. 계절마다 빛이 드는 각도가 바뀌므로 화분 방향을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데, 저는 봄과 가을에 각각 한 번씩 미세 조정합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출처: 농촌진흥청) 실내 식물의 광합성 효율은 빛의 방향과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일정한 빛 방향 유지가 수형뿐 아니라 생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필로덴드론의 새잎은 촉(새순이 나오는 부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촉을 미리 줄기나 지지대 사이에 살짝 끼워두면 원하는 위치에서 새잎이 펼쳐집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샤로니에 같은 종류도 정면 3장 배치로 수형을 잡았는데, 구매 당시 잎이 사방으로 뻗어 있던 모습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다만 오래된 줄기일수록 딱딱해서 한 번에 무리하게 구부리면 부러질 수 있으니, 2~3회에 나눠 조금씩 모양을 잡는 게 안전합니다.

  1. 굵은 지지대를 목대 줄기 가까이 세우고 벨크로 타이로 고정
  2. 빛 방향을 정면으로 고정하고, 계절별로 미세 조정
  3. 새순(촉)을 지지대 사이에 미리 끼워 원하는 위치에 잎 유도
  4. 오래된 줄기는 2~3회 나눠 조금씩 구부려 부러짐 방지

로벨리아, 행잉과 화분에서 각기 다른 전략

로벨리아는 줄기가 연하고 땅을 기어 자라는 성향이 강해 방치하면 사방으로 늘어집니다. 저는 이 식물을 행잉과 화분 두 가지 방식으로 키우는데, 각각 다른 수형 관리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행잉 방식에서는 분재 철사로 만든 행잉 바스켓을 사용합니다. 분재 철사는 구부렸다 폈다 하기 쉬우면서도 고정력이 제법 좋아서 모양을 잡기에 적합합니다.

행잉 바스켓에 화분을 넣고 뒤로 늘어지는 줄기를 앞으로 밀어 올리듯 고정하면, 정수리 부분이 꺼지지 않고 둥근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손잡이와 연결된 부분도 앞쪽으로 당기고 옆으로 조여서 줄기가 과하게 옆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뒤쪽으로도 바람이 드나들 공간이 생겨 통풍이 잘 되고, 진딧물 같은 병충해 발생 위험도 줄어듭니다.

화분에서 키우는 로벨리아는 앞뒤로 지지대를 두 개 세웁니다. 앞쪽 지지대는 낮게 설치해 줄기를 받쳐주고 통풍을 확보하며, 뒤쪽 지지대는 높게 설치해 늘어지는 줄기를 모아줍니다. 저는 철사 지지대를 둥글게 구부려 화분 안쪽 깊이 꽂아두는데, 이렇게 하니 줄기가 많아져도 지지대가 무너지지 않고 흙도 빨리 마릅니다. 잎이 흙에 닿아 무르는 현상이 거의 없어 화분 위가 항상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한련화, 오벨리스크 구조로 덩굴 유도

한련화는 덩굴식물이라 원래 늘어지게 자라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러 꽃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려면 지지대를 세워 수직으로 키우는 편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제가 작년 가을에 파종한 무늬 한련화도 지지대를 세워주니 작은 담쟁이 같은 모양으로 단정하게 자랐습니다. 지지대를 세우는 시기는 줄기가 어느 정도 자란 후가 적당합니다. 너무 일찍 세우면 효과가 없고, 너무 늦으면 이미 늘어진 줄기를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저는 13호 화분 기준으로 지지대 3개를 삼각형으로 배치했습니다. 지지대 위쪽을 원예용 철사로 묶어 오벨리스크 구조(세 개 이상의 지지대를 위로 모아 묶어 만든 원뿔형 구조물로, 덩굴식물 지지에 많이 쓰이는 방식)를 만들면 장미 넝쿨처럼 안정적으로 줄기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각 지지대에 줄기를 하나씩 고르게 분배해 묶어주는데, 앞으로 줄기가 위로 계속 자랄 것을 고려해 여유 있게 배치합니다.

묶다가 줄기가 꺾이면 자르지 말고 흙에 묻어주면 그곳에서 새 줄기가 나옵니다. 지지대 길이는 처음부터 예상 높이보다 조금 높게 잡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지지대를 바꾸면 모양이 흐트러지는데, 특히 여름에는 봄처럼 예쁘게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지대 두 개를 연결해서 사용했고, 이후 꽃이 피면서 작은 담쟁이 같은 형태가 완성됐습니다.

분재 철사와 벨크로 타이, 실전 활용법

수형 관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도구는 분재 철사와 벨크로 타이입니다. 분재 철사는 줄기 방향을 바꿀 때 씁니다. 잎과 가까운 줄기에 짧게 감아서 줄기를 살짝 돌려주면 잎 방향을 정면으로 유도할 수 있는데요. 저는 샤로니에 잎 하나를 이 방법으로 180도 가까이 돌렸습니다. 처음엔 옆으로 완전히 비틀려 있던 잎이 지금은 정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분재 철사 굵기는 줄기보다 조금 얇은 정도가 적당합니다. 저는 3mm 분재 철사를 주로 쓰는데, 너무 얇으면 모양을 잡지 못하고 너무 두꺼우면 줄기가 파이거나 부러집니다. 힘을 강하게 주고 돌리면 줄기가 손상되므로, 식물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돌려야 합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자리 잡으면 좋겠지만, 완전히 굳어 있는 줄기는 여러 차례 조금씩 잡아줘야 원하는 방향으로 고정됩니다.

벨크로 타이는 줄기를 지지대에 고정할 때 씁니다. 지지대에 먼저 벨크로 타이를 감아 고정하고 줄기를 잡아주면, 물을 강하게 뿌려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식물 집게와 함께 쓰면 더욱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데요. 집게만 쓰면 흘러내리는 경우가 있어 저는 두 개를 함께 사용합니다. 줄기 하나당 위, 아래 두 번 잡아주는 게 기본입니다.

수형 관리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지지대 세우기가 어렵다면 모양을 벗어나는 잎과 줄기를 자르는 것만으로도 단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도 베고니아 같은 식물은 지지대 없이 키우는데, 작고 예쁘게 키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식물마다 예뻐 보이는 모습이 다르므로, 본인의 취향과 공간에 맞춰 수형을 잡으면 됩니다. 좁은 공간일수록 수형 관리가 보기에도 좋고 병충해 예방에도 도움이 되니,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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