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식물 물주기 (저면관수, 잎샤워, 영양제)

비가 며칠씩 이어지고 나면 식물 앞에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분,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흙이 말라가는 건 보이는데 습도가 너무 높아서 물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날, 밀린 물 주기를 한꺼번에 해결하면서 제가 쌓아온 루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베란다 식물 물주기 (저면관수, 잎샤워, 영양제)
베란다 식물 물주기 (저면관수, 잎샤워, 영양제))


저면관수, 언제 어떻게 써야 할까

저면관수(底面灌水)란 화분 아래쪽에서 물을 흡수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화분을 물이 담긴 용기 안에 담가두어 뿌리가 스스로 물을 빨아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물을 쏟아붓는 일반적인 관수 방식과 달리, 흙 전체가 고르게 수분을 머금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특히 잎이 물에 닿는 걸 싫어하는 식물이나 분갈이한 지 오래돼서 뿌리가 화분 가득 찬 아이들에게 효과가 뚜렷했습니다. 호야처럼 흙을 바짝 말려야 하는 다육성 식물은 물을 뜨문뜨문 주는 편인데, 막상 물을 줄 때는 뿌리 끝까지 충분히 흡수하게 해주고 싶어서 저면관수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길게는 2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다 보니 줄 때마다 제대로 챙겨주자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저면관수를 할 때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게 있습니다. 물만 주면 영양분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면관수를 할 때는 물에 수용성 입제 영양제를 반드시 희석해서 사용합니다. 입제(粒劑)란 알갱이 형태의 비료를 물에 녹여 쓰는 방식을 뜻합니다. 일반 알비료는 흙 위에 올려두면 천천히 녹아 효과가 나타나지만, 입제를 물에 희석하면 식물이 물을 흡수하는 즉시 영양분도 함께 가져가기 때문에 여름철처럼 성장이 왕성한 시기에는 입제를 선호하게 됐습니다.

잎샤워, 단순한 청결 이상의 의미

잎샤워란 잎 표면에 직접 물을 뿌려 먼지와 이물질을 씻어내는 관리 방식입니다. 단순히 잎을 깨끗하게 보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잎의 기공(氣孔)이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기공이란 잎 표면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와 수분을 내보내는 식물의 호흡 통로입니다. 기공이 먼지로 막히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성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직접 겪어보니, 비가 오는 날은 잎샤워를 해주기가 애매합니다. 습도가 이미 높은 상태에서 잎에 물이 더해지면 식물이 기공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화분에 물만 주고 잎샤워는 건너뜁니다. 반대로 오늘처럼 햇살이 좋고 바람이 통하는 날에는 그동안 못 해줬던 잎샤워를 시원하게 해줍니다. 잎샤워를 하고 나면 빛을 받은 잎이 반짝이는 게 눈에 확 들어오는데, 그 순간만큼은 식물 키우는 게 참 보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엽식물(觀葉植物)은 꽃보다 잎을 감상하는 식물을 뜻합니다. 몬스테라, 안스리움, 필로덴드론처럼 넓고 두꺼운 잎을 가진 종류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식물들은 잎 표면적이 넓은 만큼 먼지가 쌓이는 속도도 빠릅니다. 잎샤워를 자주 못 해준 맥도날드 식물을 보면 잎에 땟국 자국이 남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 가능하면 맑은 날 틈틈이 샤워를 챙겨주려 합니다.

물 줄 때가 됐는지 판단하는 방법

식물을 처음 키울 때 가장 어려운 게 물 주는 타이밍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흙이 마르면 준다"는 말이 너무 단순하게 들려서 처음엔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면 '얼마나 말라야 말린 건지'가 애매합니다. 그러다 저만의 방법이 생겼습니다.

행잉 식물, 그러니까 천장이나 선반에 매달아 키우는 화분은 들어서 무게를 먼저 확인합니다. 물이 충분히 있을 때와 흙이 다 마른 상태의 무게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흙 표면을 손가락으로 살짝 파서 1~2cm 아래 흙이 완전히 건조한지도 확인합니다. 호야처럼 과습에 약한 식물은 잎이 살짝 말려 들어가기 시작할 때 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게 처음엔 너무 늦게 주는 거 아닌가 걱정됐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적당히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물을 주면 오히려 뿌리가 더 활발하게 흡수합니다.

식물 물 주기 타이밍을 판단할 때 제가 주로 쓰는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화분을 들어서 무게가 확연히 가볍게 느껴질 때
  2. 흙 표면 1~2cm 아래를 파봤을 때 완전히 건조할 때
  3. 호야·다육류는 잎이 살짝 쭈글거리거나 말려 들어갈 조짐이 보일 때
  4. 관엽식물은 흙 표면이 마른 것이 확인되고 2~3일 후

이 기준이 정답은 아닙니다. 식물의 종류, 화분 크기, 계절, 집 안의 채광과 환기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로 이전에 살던 집에서는 싱고니움이 쑥쑥 자랐는데, 지금 집으로 이사 온 뒤로는 성장세가 주춤합니다. 반대로 호야는 지금 집 환경이 맞는지 올해 처음으로 꽃을 두 송이나 올려줬습니다. 제가 뭔가 기술이 늘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이 경험 덕분에 식물은 키우는 사람의 실력보다 환경이 먼저라는 걸 체감하게 됐습니다. 출처: 농촌진흥청에서도 실내식물의 생육에는 광량, 온도, 통풍이 수분 관리만큼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래 예쁘게 키우려면 매일의 루틴이 답이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들이 특별한 비법을 갖고 있다기보다, 매일 들여다보는 습관이 결국 식물을 살리는 힘이 됩니다. 저는 가드닝을 할 때 가위를 각 구역마다 하나씩 놔두고 있습니다. 안방 베란다, 꽃 베란다, 전실까지 눈에 띄는 자리에 배치해 두면, 손상된 잎이나 말라버린 잎이 보이는 즉시 잘라줄 수 있습니다. 가위를 가지러 가다가 전화를 받거나 딴 일이 생기면 그 순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병충해 방제(防除)란 해충이나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거나, 발생 초기에 차단하는 관리를 뜻합니다. 친환경 재제만 쓰는 게 이상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벌레가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친환경 제품만으로는 역부족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농약도 씁니다. 벌레가 무서운 것도 있지만, 한 식물에서 퍼지면 옆 식물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출처: 농사로(농촌진흥청 농업정보포털)에서는 실내식물의 주요 해충으로 응애, 깍지벌레, 진딧물을 꼽고 있으며, 초기 발견과 빠른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신경 쓰는 게 식물 배치 구역입니다. 고사리처럼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과 화초류처럼 건조하게 관리해야 하는 식물을 같은 공간에 두면, 습도 차이 때문에 화초류에 진딧물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육 환경이 비슷한 식물들끼리 구역을 나눠 배치합니다. 처음엔 이게 귀찮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해두니 관리 시간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식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결국 남는 건 기술이 아니라 습관인 것 같습니다. 저면관수, 잎샤워, 영양제 희석, 잎 정리까지, 하나하나는 아주 단순한 일인데 그걸 매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이게 됩니다. 식물을 아직 많이 죽여봤다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죽이면서 배운 게 결국 지금 살아있는 식물들을 지키는 경험이 됩니다. 오늘 소개한 루틴에서 딱 하나만 골라서 내일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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