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백나무 품종 (메구미, 자보, 버터민트)
| 일본 동백나무 품종 (메구미, 자보, 버터민트) |
메구미 동백, 9월부터 봄까지 피는 조생종
일반적인 동백나무는 11월부터 꽃을 피우는데, 메구미 동백(早咲き種)은 9월 하순부터 이듬해 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조생종입니다. 조생종이란 같은 종류의 식물 중에서도 유독 일찍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품종을 뜻합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 메구미를 접했을 때 "동백이 가을에 핀다고?"라며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메구미의 가장 큰 특징은 작은 꽃잎이 여러 겹 포개진 겹꽃 형태라는 점입니다. 한 송이 안에서도 연한 분홍색부터 진한 분홍색까지 여러 색이 어우러지고, 흰색이 미묘하게 섞여 파스텔톤 색감을 냅니다. 계절이나 재배 환경에 따라 꽃 색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제가 키우는 메구미는 지난해 10월 초에 첫 꽃을 피웠는데, 그때는 연분홍이 강했고 12월쯤엔 흰색 비중이 더 높아졌습니다.
메구미는 동백 중에서도 꽃대를 많이 올리는 품종에 속합니다. 가지 끝뿐만 아니라 아래쪽 곁가지에서도 꽃망울을 달아서, 작은 나무에서도 풍성한 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백을 일찍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메구미만 한 선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천교와 자보, 특이한 꽃 형태와 색감
진천교 동백나무(陳天嬌)는 11월부터 3월까지 꽃을 피우는 중생종으로, 연분홍 바탕에 진한 붉은색 줄무늬가 있는 겹꽃이 특징입니다. 중생종이란 조생종과 만생종의 중간 시기에 개화하는 품종을 의미합니다. 진천교의 가장 독특한 점은 꽃잎 하나하나에 각이 잡혀 있다는 겁니다. 다른 동백들은 꽃잎이 둥글게 말리는데, 진천교는 마치 종이접기를 한 듯 꽃잎마다 날카로운 선이 살아 있습니다.
제가 진천교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각진 형태가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활짝 핀 후에도 꽃잎이 일정한 배열로 펼쳐져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동백 꽃을 많이 보려면 꽃이 진 후 가지치기가 필수인데요. 생장점을 자른 자리에서 새 가지가 두 개 나오고, 그 끝에 다시 꽃망울이 달리는 구조입니다. 가지가 많아야 꽃도 많아지는 원리죠.
자보(紫宝)는 동백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품종으로, 일본 원산지에서도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적자주색(赤紫色)의 꽃을 피운다는 점입니다. 일반 동백은 흰색, 분홍색, 빨간색 계열이 대부분인데, 자보는 보랏빛이 도는 독특한 색감을 자랑합니다. 환경에 따라 색이 연하게 피어도 여전히 자주색 기조는 유지됩니다.
자보의 꽃은 겹겹이 포개진 겹꽃이며, 꽃잎 표면에는 잔잔한 그물무늬까지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저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저 색이 진짜 자연에서 나올까?" 싶었는데, 실물을 보니 정말 신비로웠습니다. 자보는 1월부터 3월 사이에 가장 예쁘게 피는데, 지금은 꽃대를 키우는 중이라 꽃망울이 작지만 앞으로 점점 커질 겁니다. 색다른 동백을 찾는 분들께는 자보를 적극 추천합니다.
버터민트와 루치오스 펄, 노란색과 투톤의 매력
버터민트(Butter Mint)는 오늘 소개하는 동백 중 유일하게 분홍색이 아닌 연한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일본 동백과 서양 동백을 교배해 만든 하이브리드 품종(雜種)이라, 꽃이 풍성하게 피고 내한성도 뛰어납니다. 하이브리드 품종이란 서로 다른 종이나 품종을 인위적으로 교배해 새로운 특성을 지닌 개체를 만든 것을 말합니다. 버터민트는 이런 교배 덕분에 추위를 잘 견디고 꽃도 오래 핍니다.
버터민트의 꽃은 처음엔 연한 노란색으로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보리색에 가까워집니다. 색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다른 동백들은 꽃이 통째로 뚝 떨어지는데 버터민트는 꽃잎이 하나씩 떨어진다는 겁니다. 덕분에 화분 아래가 지저분해지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버터민트는 이른 봄까지 꽃을 피워서 4월까지도 개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루치오스 펄(Lucious Pearl)은 서양 동백 품종으로, 순백색 꽃잎 가장자리를 연한 핑크색이 감싸는 투톤 그라데이션이 특징입니다. 꽃잎이 촘촘하게 배열돼 마치 작약꽃 같은 겹꽃을 만듭니다. 저는 루치오스 펄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동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아한 느낌에 반했습니다.
루치오스 펄의 또 다른 장점은 가지가 일자로 곧게 뻗어 자란다는 점입니다. 다른 동백들은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옆으로 뻗는 곁가지도 반듯하게 자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베란다처럼 공간이 제한된 곳에서 키우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꽃은 겨울부터 피기 시작하지만 2월에서 4월 사이에 가장 화려하게 핍니다. 한꺼번에 많은 꽃을 피우기보다는 한 송이 한 송이가 완벽한 자태를 뽐내는 스타일입니다.
하루마치 희망, 30cm 이내로 자라는 미니 동백
하루마치 희망(春待ち希望)은 굉장히 특이한 동백입니다. 코모미지라는 동백과 야마토미노라는 차나무 품종을 교배해서 만든 하이브리드인데, 키가 30cm 이내로밖에 자라지 않는 왜성종(矮性種)입니다. 왜성종이란 원래 종보다 키가 작게 자라도록 개량된 품종을 뜻합니다. 덕분에 작은 화분에서도 관리가 쉽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차나무 특성인 왕성한 꽃눈 형성 능력을 물려받아서, 일반 동백보다 훨씬 많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꽃 지름은 3cm 정도로 아주 작지만, 흰색과 연분홍에 줄무늬가 섞여 있어 여린 느낌을 줍니다. 어린 나무에서도 꽃눈을 잘 만들어서 매년 어렵지 않게 꽃을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제가 키우는 하루마치 희망도 2년생인데 벌써 꽃망울을 10개 이상 달고 있습니다.
하루마치 희망은 12월 겨울부터 4월 봄까지 꽃을 피웁니다. 일본에서도 화분에서 키우기 좋은 동백 품종으로 꼽힐 정도로 관리가 쉽습니다. 아기자기한 동백을 찾으시는 분들께는 하루마치 희망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렌타인 데이 바, 변이종의 특별함
발렌타인 데이 바(Valentine's Day Var.)는 발렌타인 데이라는 일본 동백 품종에서 변이가 발생해 꽃에 무늬가 생긴 품종입니다. 여기서 '바(Var.)'는 바리에가타(Variegata)의 줄임말로, 원래 품종에서 색이나 무늬가 변한 변이종(變異種)을 뜻합니다. 변이종이란 유전적 변화로 인해 원종과 다른 특징을 보이는 개체를 말합니다.
발렌타인 데이 바의 꽃은 연한 분홍색 꽃잎에 하얀색 반점이 불규칙하게 박혀 있는 게 특징입니다. 꽃 크기도 큰 편에 속하고 겹꽃이라 더욱 화려해 보입니다. 특이한 점은 꽃이 다 펴도 중앙에 봉오리가 남아 있는 듯한 모습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독특한 꽃 모양 덕분에 관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변이종 식물들은 씨앗으로 유전 특성이 잘 유지되지 않아서 꺾꽂이 같은 삽목으로 번식합니다. 그래서 이런 특별한 품종은 수량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바는 주로 1월에서 3월 사이에 가장 예쁘게 꽃을 피웁니다. 색다른 꽃이 피는 동백을 원하신다면 이 친구를 꼭 기억해 주세요.
동백나무 관리, 이것만은 꼭 지키세요
동백나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분갈이 시기입니다. 꽃망울을 만들기 시작할 때 분갈이를 하면 99% 꽃망울을 떨어뜨립니다. 뿌리를 건들지 않는 화분만 바꾸는 분갈이(鉢替え)를 해도 일부 꽃망울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지금 시기엔 절대 분갈이를 하면 안 됩니다. 빨간 포트가 보기 싫으신 분들은 커버 포트로 가려 주세요. 보기도 좋고 꽃이 펴서 위쪽이 무거워져도 화분이 묵직하게 버텨 줘서 넘어지지 않습니다.
동백나무는 가을부터 겨울, 봄에 걸쳐 꽃이 피는데, 이 시기에 온도가 너무 높으면 꽃이 제대로 피지 않거나 꽃봉오리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뜻한 실내에 두었다가 갑자기 추운 곳으로 옮기거나, 반대로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들이면 꽃봉오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떨어집니다. 가장 좋은 환경은 일교차가 있는 베란다입니다. 저도 베란다에서 3년째 두 종류를 키우는데, 병충해도 없고 빛과 바람만 있으면 매년 꽃을 피워 주더라고요.
꽃망울이 생기고 꽃이 피는 시기엔 물을 말리면 안 됩니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충분히 주되, 통풍에 신경 써서 과습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비료도 중요한데, 동백나무는 점차 꽃망울이 커지면 새 잎이나 줄기를 만드는 영양생장(營養生長)을 멈추고 꽃을 피우기 위한 생식생장(生殖生長)을 합니다. 영양생장이란 식물이 뿌리, 줄기, 잎을 키우는 단계를, 생식생장이란 꽃과 열매를 맺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이때 잘못된 비료를 주면 오히려 꽃 피우는 데 방해가 됩니다. 대부분의 비료엔 질소(N), 인(P), 칼륨(K)이라는 3대 영양소가 들어 있는데, 그중 질소는 잎과 줄기를 무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꽃봉오리가 생긴 이후에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를 주면 식물이 꽃을 만드는 데 쓸 에너지를 잎과 줄기 키우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꽃봉오리가 잘 자라지 않거나 꽃을 피우지 못하고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비료를 주신다면 인(P) 비중이 높은 개화용 비료를 꽃이 피기 전까지만 챙겨 주세요. 꽃이 피었을 때 비료를 주면 꽃이 금방 시듭니다.
다음은 제가 실제로 동백나무를 키우며 지키는 핵심 관리 포인트입니다.
- 꽃망울이 달린 후에는 절대 분갈이하지 않기. 커버 포트로 외관만 개선합니다.
- 일교차가 있는 베란다에서 키우기. 실내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겉흙이 마르면 물 주기. 꽃 피는 시기엔 특히 물 말리지 않기.
- 개화용 비료(인 성분 높은 것)를 꽃 피기 전까지만 주기. 개화 후엔 비료 중단.
- 꽃이 진 후 가지치기로 곁가지 유도. 가지가 많아야 다음 해 꽃도 많습니다.
저는 올해로 3년째 동백나무 세 종류를 키우는데, 생각보다 훨씬 관리가 쉽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병충해도 거의 없고, 베란다에서 빛과 바람만 잘 받으면 매년 성실하게 꽃을 피워 줍니다. 처음엔 "겨울에 꽃 피우는 나무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키워 보니 제 손이 덜 가는 식물 중 하나였습니다. 여러분들도 동백나무를 함께 키워 보셨으면 합니다.
올해는 꼭 동백나무를 키워 보고 싶으셨던 분들께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품종이 있다면 서둘러 화원을 찾아보세요. 농장에서는 1년에 두 번만 소량 공급하기 때문에, 늦으면 내년을 또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올겨울 동백 꽃 핀 이야기 많이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