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미구엘라 꽃 보는 비결 (가지치기, 분갈이, 삽목)
솔직히 저는 산미구엘라를 처음 들여왔을 때 가지치기가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그냥 물 주고 햇빛만 잘 쬐면 알아서 꽃이 피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이 안 피더라고요. 알고 보니 산미구엘라는 새 가지 끝에서만 꽃이 피는 구조라서, 가지치기를 안 하면 키만 멀대처럼 크고 꽃은 거의 못 보게 됩니다. 며칠 전에는 선반에서 화분이 뚝 떨어지는 사고까지 겪으면서, 제가 그동안 키워온 방법을 제대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산미구엘라 꽃 보는 비결 (가지치기, 분갈이, 삽목) |
산미구엘라 분갈이, 흙과 뿌리 정리가 핵심
산미구엘라 분갈이는 보통 봄이나 가을, 꽃을 피우기 전에 해주는 게 좋습니다. 화분 크기를 꼭 키울 필요는 없지만, 오래된 뿌리는 정리하고 새 흙으로 갈아줘야 다음 개화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거든요. 분갈이 흙(培養土)이란 식물을 심기 위해 배합된 흙을 말하는데, 산미구엘라는 흙을 크게 가리는 편이 아니라서 일반 상토나 분갈이용 흙 어떤 것을 써도 무난합니다.
다만 배수성은 꼭 확보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마사토나 녹소토 같은 알갱이 흙을 20~30% 정도 섞어주면 물 빠짐이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그때그때 가지고 있는 알갱이 흙을 추가해서 흙 배합을 하고 있습니다. 배수성(排水性)이란 물이 흙을 통과해 빠져나가는 속도를 뜻하는데, 배수가 잘 안 되면 뿌리가 썩을 위험이 커지거든요.
뿌리 정리는 기존 뿌리의 절반 정도까지만 털어내는 편입니다. 산미구엘라는 분갈이 몸살이 심하지 않은 식물이라서, 절반 정도 정리해도 금방 적응하고 새 뿌리를 잘 내립니다. 묵은 뿌리만 남겨두면 성장 속도가 더뎌지기 때문에, 저는 분갈이할 때 항상 뿌리 정리를 같이 해줍니다. 새 흙에 옮겨 심은 뒤에는 바로 가지치기 단계로 넘어갑니다.
산미구엘라 가지치기, 새 줄기가 곧 꽃
산미구엘라의 가지치기는 꽃을 많이 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산미구엘라는 그해 새로 나온 줄기 끝에서만 꽃대가 만들어지거든요. 목질화(木質化)된 줄기, 그러니까 오래되어 갈색으로 딱딱하게 변한 줄기에서는 꽃이 나오지 않습니다. 목질화란 식물의 줄기나 가지가 나무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렇게 변한 부분은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묵은 줄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꽃이 생기지 않고, 오직 새 줄기 끝에서만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안 하고 키우면 키만 멀대처럼 커지고 꽃은 거의 못 보게 되는 거예요. 저는 분갈이할 때 가지치기를 같이 하거나, 일주일 전쯤에 미리 가지치기를 해두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산미구엘라의 새 줄기는 곧 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지치기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잎이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짧게는 5cm 정도 남기고 잘라주면 되는데요. 기존 줄기를 많이 남기고 자르는 건 괜찮지만, 목질화된 줄기만 남기고 자르거나 잎 없이 줄기만 남기는 건 피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르면 물 관리가 어려워져서 자칫 식물이 죽을 수 있거든요. 줄기가 짧아서 가지치기하기 애매한 경우에는 자라나는 줄기 끝부분만 살짝 따주는 순따기(摘心)를 해주세요. 순따기란 식물의 새순을 제거해 곁가지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해주면 곁가지가 나와서 전보다 훨씬 풍성한 모습으로 자라고 꽃도 더 많이 핍니다.
영양 공급과 물 관리,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습니다
산미구엘라는 봄과 가을 두 번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서 영양분이 꽤 필요합니다. 상토나 분갈이 흙의 영양분은 보통 6개월이면 소진되는데, 산미구엘라는 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보다 더 빨리 영양분이 빠지거든요. 저는 분갈이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고체 비료인 오스모코트를 올려주고, 꽃이 피는 봄과 가을에는 인산(燐酸, P)과 칼륨(加里, K) 성분이 많은 개화 촉진제를 권장량보다 연하게 희석해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줍니다.
인산과 칼륨은 식물의 꽃과 열매 형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반면 질소(窒素, N)는 잎과 줄기를 키우는 데 주로 쓰이기 때문에, 개화기에는 질소보다 인산과 칼륨 비율이 높은 비료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성장이 더디고 반휴면 상태에 들어가므로 영양제를 주지 않습니다. 산미구엘라는 사랑초지만 구근이 아닌 뿌리로 성장해서, 여름에도 완전한 휴면이 아니라 잎은 있지만 성장이 느린 상태예요.
물 관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산미구엘라는 흙을 바짝 말려 키우는 식물이 아니에요. 저는 여름 장마철 때만 화분이 가벼워지면 물을 주고, 그 외에는 거의 말라간다 싶으면 물을 주고 있습니다. 매번 화분 물 구멍에 물이 나오게 흠뻑 주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물을 좋아하는 친구예요. 플라스틱 화분은 토분보다 물 마름이 더디기 때문에, 겉면이 완전히 마르면 물을 주셔도 됩니다. 잎이 얇아서 너무 건조하면 응애 같은 병충해가 생기기 쉬우므로, 가끔 잎 주변에 분무해주거나 물 줄 때 잎 샤워를 시켜주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산미구엘라 삽목, 수태로 간단하게 성공
가지치기한 줄기는 버리지 마세요. 산미구엘라는 삽목(揷木)이 정말 잘 되는 식물입니다. 삽목이란 식물의 줄기나 가지를 잘라 새로운 개체로 키우는 번식 방법인데, 산미구엘라는 삽목한 친구들도 꽃을 잘 피워서 크기가 작아도 꽃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삽목 방법도 간단합니다. 자른 줄기를 10cm 이내로 짧게 만들고, 줄기 단면을 사선으로 한 번 더 잘라줍니다. 사선으로 자르는 이유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단면을 넓게 해주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아래쪽 잎을 모두 떼어내서 잎을 다섯 장 이내만 남깁니다. 잎이 많으면 증산작용(蒸散作用)을 하느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줄기가 마르거나 뿌리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거든요. 증산작용이란 식물이 잎을 통해 수분을 대기로 내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꽂이로도 뿌리를 잘 내리지만, 저는 수태 삽목을 선호합니다.
수태 삽목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태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됩니다.
- 공기는 잘 통해서 뿌리가 빨리 나옵니다.
- 여러 개를 한 포트에 넣어 관리하기 편합니다.
저는 여러 개를 한 포트에 넣어서 줄기가 흔들리지 않게 젖은 수태를 끼워 넣어 삽목합니다. 삽목할 때는 빛이 강한 자리나 밀폐해서 관리하기보다는, 약간 그늘이 지더라도 바람이 들고 습도가 50% 내외로 적당한 곳이 좋더라고요. 뿌리를 내리는 동안 종종 잎을 떨구기도 하니, 혹여 잎이 떨어져도 놀라지 마세요. 뿌리가 어느 정도 나오면 줄기에서 새잎도 나오는 게 보입니다. 저는 새잎이 어느 정도 나온 게 확인되면 흙으로 정식(定植)을 해줍니다. 정식이란 임시로 심었던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울 장소에 옮겨 심는 것을 뜻합니다. 이때는 화분을 크게 쓰지 않고, 보통 15포트 정도 크기가 적당해서 비슷한 크기의 화분에 옮겨 심고 있어요.
산미구엘라는 키우는 환경에 따라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분갈이, 물 주기, 비료 챙겨주는 시기를 모두 동일하게 해도 식물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요. 성장 속도가 다른 것일 뿐, 기다려주면 꽃은 꼭 핍니다. 저희 집은 정남향인데, 여름에는 빛이 거의 없어지고 겨울에 빛이 베란다 끝까지 들어와요. 기본적으로 하루 네다섯 시간 충분한 빛이 있어야 꽃을 잘 피우는 것 같고, 일교차가 있는 것도 개화를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겨울에 낮 기온이 24도, 밤에는 13~14도로 약 10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런 환경이 산미구엘라가 꽃을 피우기에 좋은 듯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모체 산미구엘라의 2차 개화를 만지작하지는 못했지만, 번식시킨 친구가 지금도 꽃을 예쁘게 피워주고 있어서 저는 괜찮습니다. 분갈이하고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친구가 또 어떻게 예쁘게 변할지, 저와 함께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