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란 분갈이 (목부작 벌레, 흙 식재법, 수태 배합)
박쥐란을 화원에서 사 오면 보통 나무판에 붙어 있는 목부작 형태로 오는데, 한 달쯤 지나니까 저한테도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수태 안쪽에서 작은 벌레가 계속 나오는 겁니다. 약을 뿌려도 며칠 지나면 또 나오고, 솔직히 벌레 보는 순간 정이 뚝 떨어지는 타입이라 더 이상은 못 참겠더라고요. 결국 목부작을 포기하고 화분에 흙으로 심기로 결정했습니다.
목부작 박쥐란에서 벌레가 나온 이유
목부작이란 박쥐란을 나무판에 붙여서 키우는 방식을 말합니다. 착생식물(epiphyte)인 박쥐란의 자생 환경을 재현한 거죠. 착생식물이란 다른 나무에 붙어 살지만 기생하지 않고 공기 중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는 식물을 뜻합니다. 열대우림에서 나무줄기에 붙어 사는 박쥐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셈이에요.
문제는 목부작에 사용하는 수태였습니다. 수태는 보습력이 뛰어나서 박쥐란 뿌리가 마르지 않게 해주는 좋은 소재인데, 동시에 습기를 오래 머금다 보니 벌레가 서식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됩니다. 특히 나무판과 수태 사이 공간은 통풍이 잘 안 되어서 해충이 알을 낳고 번식하기 딱 좋더라고요. 저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약을 쳤는데도 벌레가 계속 나왔습니다.
게다가 목부작은 물을 줄 때마다 나무판 전체가 젖어서 완전히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가 키우던 환경에서는 통풍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무판이 계속 축축하니까 곰팡이 냄새도 살짝 나고, 벌레는 계속 나오고, 결국 이 상태로는 못 키우겠다 싶어서 화분 식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박쥐란을 흙에 심을 때 배합 비율
박쥐란을 화분에 심는다고 하면 "착생식물인데 흙에 심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제 경험상 흙 배합으로 키울 때 물 관리가 훨씬 편했어요. 수태만으로 목부작을 하면 물이 필요한 타이밍을 파악하기가 애매한데, 화분에 심으면 화분을 들어봤을 때 가벼워진 걸로 판단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번에 박쥐란을 심으면서 배합토 비율을 이렇게 맞췄습니다. 기존에 쓰던 분갈이용 흙에 수태를 많이 섞었어요. 정확한 비율로 따지면 흙 30%, 수태 50%, 코코칩 20% 정도였습니다. 수태 비중을 높인 이유는 박쥐란 뿌리가 실처럼 가늘어서 부드러운 재질에 잘 내리기 때문입니다. 바크(bark)도 좋지만 수태가 더 부드럽고 보습력도 좋아서 초반 활착에 유리합니다.
- 기존 흙 30%: 배수성을 위해 일반 분갈이용 흙을 소량 사용
- 수태 50%: 보습과 뿌리 활착을 위해 가장 많은 비중
- 코코칩 20%: 통풍과 배수를 돕기 위해 추가
이 배합으로 심고 나니 화분 무게로 물 주는 타이밍을 쉽게 알 수 있었고, 목부작 때처럼 벌레 문제도 없었습니다. 다만 처음 심을 때 박쥐란 머리 쪽이 무거워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낚싯줄로 고정해 두었습니다. 뿌리가 충분히 내리기 전까지 임시 조치였는데, 2주 정도 지나니까 혼자 잘 버티더라고요.
박쥐란 영양엽과 물 주기 실전 팁
박쥐란을 키우면서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 바로 영양엽(營養葉)입니다. 영양엽이란 박쥐란 아래쪽에서 둥글게 올라오는 갈색 잎을 말하는데, 이 잎이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위쪽으로 쭉쭉 뻗은 잎은 관상용이자 나중에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는 역할을 하고요. 실제로 박쥐란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분과 영양은 영양엽을 통해 흡수됩니다.
그래서 물을 줄 때도 영양엽 쪽에 집중해서 줘야 합니다. 위쪽 잎에 물을 뿌리면 물방울이 맺힌 상태로 햇빛을 받아서 잎이 타들어갈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 분무기로 전체에 물을 뿌렸다가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영양엽 위주로만 물을 주고, 위쪽 잎은 물기가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햇빛을 보게 했습니다.
물 주기 주기는 화분이 완전히 말랐을 때입니다. 손으로 들어봤을 때 가볍고, 수태 표면이 바삭하게 말라 있으면 그때 흠뻑 줍니다. 저는 대충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꼴로 물을 줬어요. 여름에는 일주일, 겨울에는 2주에 한 번 정도였습니다. 박쥐란은 과습에 약하니까 물을 자주 주는 것보다 한 번 줄 때 충분히 주고 확실히 말리는 게 중요합니다.
비료는 영양엽 위에 코팅 알비료를 소량 올려두고, 물 줄 때 자연스럽게 녹아 내려가게 했습니다. 과하게 줄 필요는 없고, 봄부터 가을까지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충분했어요. 박쥐란은 원래 양치식물(고사리류)이라 질소 비료를 좋아합니다. 잎 색이 연해지거나 성장이 더딘 것 같으면 그때 비료를 보충하면 됩니다.
결국 박쥐란 분갈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목부작에서 벌레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차라리 화분에 심어서 관리하는 게 저한테는 훨씬 편했어요. 물론 목부작 특유의 멋진 수형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벌레 걱정 없이 건강하게 키우는 게 우선이니까요. 지금은 4개로 쪼개진 박쥐란들이 각자 화분에서 새 잎을 내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목부작 때문에 고민이라면 화분 식재를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잘 자랍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원예 조언이 아닙니다. 각자 키우는 환경에 맞춰 조금씩 조정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