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베고니아 키우기 (흑배합, 번식, 필로덴드론)

거실 습도가 40~50%밖에 안 되는 건조한 환경에서도 잎이 말리지 않고 멀쩡하게 크는 식물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결국 핵심은 식물이 아니라 흙 배합이었습니다. 같은 자리, 같은 물 주기인데 흙 하나 바꿨더니 식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실내 베고니아 키우기 (흑배합, 번식, 필로덴드론)
실내 베고니아 키우기 (흑배합, 번식, 필로덴드론)


잎이 오그라드는 베고니아, 흑배합 하나로 달라집니다

베고니아 럭수리안스를 키우면서 가장 오래 씨름했던 문제가 바로 잎 말림이었습니다. 새 잎이 나올 때마다 끝이 안쪽으로 오그라들고, 펴지지 못한 채 그냥 굳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자리를 옮겨도 마찬가지였고, 물을 더 줘도 덜 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시도한 것이 흑배합(黑配合) 교체였습니다. 흑배합이란 배수성과 통기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원예용 흙에 펄라이트, 테라코템, 코코칩 등의 자재를 혼합한 맞춤 배양토를 말합니다. 베고니아처럼 뿌리 주변 습도에 민감한 식물에게는 이 흙 구성이 생육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분갈이 후 물을 하루 이틀 더 일찍 주기 시작했는데도 과습(過濕) 증상, 즉 뿌리가 산소 부족으로 썩어 들어가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잎은 오히려 시원하게 쭉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럭수리안스와 거실에서 키우는 럭수리안스를 나란히 비교해 보면 차이가 눈에 띕니다. 베란다 쪽은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아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잎이 1.5배가량 넓게 자라고, 거실 쪽은 배수가 잘 되는 흑배합 덕분에 물을 더 자주 주면서도 과습 없이 유지됩니다. 환경에 따라 흑배합 구성을 달리해야 한다는 걸, 두 자리에서 동시에 키워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베고니아 잔니타주(Begonia Annitage) 모체는 여전히 허약한 편이지만, 분갈이한 번식기가 훨씬 크고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면서 세대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오래되고 기력이 떨어진 모체보다는 새 번식기를 제대로 키우는 쪽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부실하게 자라는 베고니아가 있다면, 번식을 한 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새 생명으로 시작한 번식기는 성장 속도도 확연히 다릅니다.

번식으로 식구 늘리기, 실패를 줄이는 방법

번식(繁殖)이란 하나의 식물에서 줄기나 잎을 떼어 내어 새로운 개체를 키워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특히 베고니아 계열은 줄기 번식 성공률이 높아서, 저도 어느 순간 의도치 않게 식구가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번식기가 뿌리를 내리고 안정화되는 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푸쿠시오이데스(Begonia fuchsioides) 번식기의 경우, 모체는 같은 흙 배합에서 잎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진 반면, 번식기는 한동안 성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뿌리를 내리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느라 지상부가 느리게 자라는 것인데, 이걸 모르면 잘못 키우고 있는 건지 불안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괜히 흙을 자주 들여다보거나 물 주기를 바꾸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붉은 새 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면 기경(基莖), 즉 줄기 밑동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그때부터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베고니아 프로스티드 스타(Begonia Frosted Star)는 번식보다 관리 자체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여름에 기경이 녹아 내리면서 거의 초록별 신세가 될 뻔했는데, 뿌리째 한 덩어리를 정리하고 겨우 살려냈습니다. 이 친구는 여름이 되기 전에 분갈이를 하면 안 됩니다. 봄에 화분을 키워 분갈이를 했더니 여름을 버티지 못했거든요. 여름에는 빛이 적은 서늘한 자리로 옮기고, 나머지 계절에는 빛이 충분한 창가에 두어야 잎이 은색으로 제대로 발색됩니다. 만약 잎이 초록색으로 나온다면 빛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마큘라타(Begonia maculata)는 지지대 없이 두면 줄기가 앞으로 꺾여버립니다. 줄기를 잡아줄 때 팁이 하나 있는데, 물 주기 직전에 해야 줄기가 연해져서 부러질 위험이 줄어듭니다. 직접 써보고 나서 알게 된 방법인데,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필로덴드론, 거실 습도 40%에서도 잘 크는 이유

필로덴드론(Philodendron)은 열대 우림 원산의 식물로, 높은 습도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 거실 습도는 낮 기준으로 40~50% 수준인데, 여러 종류를 키워보니 분무 없이도 잎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필로덴드론 토마시아눔 와이드폼(Philodendron tomaszinii wide form)은 잎 폭이 일반 토마시아눔보다 넓고 잎에 힘이 있어서 늘어지지 않습니다. 선물로 받은 아주 작은 개체였는데, 거실에서 계속 키우는 동안 갈라짐 없는 민짜 잎에서 출발해 점점 제 모양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같은 필로덴드론 토마시아눔과 나란히 두고 보면 잎 면적 차이가 확실합니다.

필로덴드론 샤로니에(Philodendron sharoniae)는 하루 네다섯 시간 밝은 빛이 드는 실내에서도 기존 잎보다 새 잎이 훨씬 크게 나옵니다. 이 친구는 당액(糖液), 즉 식물이 잎 표면으로 분비하는 끈적한 액체도 적게 나와서 잎을 깨끗하게 유지하기가 쉽습니다. 빵떡이 필로 계열에 비하면 관리 부담이 확실히 낮습니다.

필로덴드론 패트리시(Philodendron patriciae)는 구입 후 거의 3개월 만에 첫 잎을 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성체가 되면 잎줄기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지는 멋진 형태를 갖추지만, 어릴 때는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새로 들어온 필로덴드론 에스메랄덴스(Philodendron esmeraldense)는 택배 과정에서 냉해를 입어 잎 일부가 검게 변했습니다. 냉해(冷害)란 저온에 의해 식물 세포 조직이 손상되는 현상을 말하며, 손상된 잎은 하루 이틀 내로 검변이 나타납니다. 이 친구가 네로우 폼인지 라운드 폼인지는 성체가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물 종별 실내 적응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필로덴드론 토마시아눔 와이드폼: 거실 습도 40~50%에서 분무 없이 잎 유지 가능, 잎에 힘이 있어 늘어지지 않음
  2. 필로덴드론 샤로니에: 하루 4~5시간 채광으로 충분, 당액 분비가 적어 잎 관리가 쉬운 편
  3. 필로덴드론 패트리시: 성장 속도 매우 느림, 적응 기간이 길어 초반 인내가 필요
  4. 필로덴드론 에스메랄덴스: 택배 수령 시 냉해 주의, 성체 폼은 성장 후 확인 가능

의외의 실내 적응 강자들, 메디닐라와 필란서스

메디닐라 세디폴리아(Medinilla sedifolia)는 키우기 까다롭다는 인식 때문에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몇 번이나 반복한 식물입니다. 막상 데려와서 키워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게 높은 습도보다 통풍이 잘 되는 환경을 더 좋아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습하고 밀폐된 환경에 두면 잎에 검은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저는 이 친구를 베란다와 거실 사이 선반에 올려두고 있는데, 바람이 가장 많이 오가는 그 자리가 딱 맞습니다. 흙은 기존 것을 완전히 털어내고 테라코템을 섞은 돌멩이 많은 흑배합으로 새로 심었습니다. 다육식물(多肉植物)처럼 보이는 외형 때문에 물을 안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을 꽤 좋아합니다. 다만 뿌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건 싫어하는 것이고, 배수가 잘 되는 환경에서 물을 충분히 주는 방식이 맞습니다.

잎 뒷면에 하얀 알갱이가 맺히는 것도 처음엔 벌레인 줄 알았는데, 증산작용(蒸散作用)이 활발할 때 기공을 통해 배출된 당분이 결정체로 굳은 것이었습니다. 증산작용이란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을 잎 기공을 통해 수증기 형태로 내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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