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철사 행잉 거리대 (분갈이, 사랑초, 담쟁이)
직접 손으로 만든 화분 거리대를 베란다에 걸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한번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분재 철사로 행잉 거리대를 만들고, 직접 구워 온 도자기 화분에 사랑초와 담쟁이를 분갈이하면서 느낀 것들을 이 글에 담았습니다. 처음엔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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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재 철사 행잉 거리대 (분갈이, 사랑초, 담쟁이) |
분갈이의 기본은 피트모스 흙과 저면 관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원에서 사 온 식물들이 피트모스(peat moss)에 심겨진 채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엔 그냥 두어도 되겠거니 했습니다. 피트모스란 습지에서 채취한 이끼류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배양토로, 수분 보유력이 아주 뛰어난 흙입니다. 농장처럼 통풍이 잘 되고 환경이 맞는 곳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실내 베란다 환경에서는 뿌리가 숨을 못 쉬고 물이 빠지질 않아서 금방 뿌리썩음이 생깁니다.
페튜니아를 처음 키웠을 때 꽃망울이 검게 멈추고 꽃이 물컹물컹하게 늘어지길래, 처음엔 뿌리 문제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분갈이 후 저면 관수(底面灌水) 방식으로 물 주기를 바꾸고 나서야 상태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면 관수란 화분 받침대에 물을 받아 두어 뿌리가 아래에서 위로 스스로 수분을 흡수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물을 붓는 것보다 뿌리에 균일하게 수분이 공급되고, 과습으로 인한 하엽 — 아래쪽 잎이 노랗게 지는 현상 — 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분갈이를 할 때 저는 상토에 펄라이트(perlite)를 넉넉히 섞습니다. 펄라이트란 화산암을 고온으로 팽창시킨 입자로, 흙 사이 공극을 만들어 배수와 통기성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내 식물은 배수가 나빠지는 순간 뿌리가 버티질 못합니다. 제 경험상 펄라이트를 전체 흙 부피의 30퍼센트 정도 섞는 게 실내 환경에서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분갈이 도중 뿌리가 일부 끊기더라도, 사랑초처럼 환경 적응력이 좋은 식물은 1~2주 안에 새 뿌리를 충분히 냅니다. 그러니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 피트모스에 심겨진 식물은 구입 후 바로 분갈이한다.
- 상토와 펄라이트를 7:3 비율로 섞어 배수층을 확보한다.
- 페튜니아처럼 꽃망울이 잘 안 피는 경우 저면 관수로 전환해 본다.
- 라운드 화분처럼 바닥이 둥근 형태는 작은 돌멩이를 배수층으로 깔아 준다.
- 뿌리가 살짝 노출된 부분은 산야초 마감토로 덮어 건조를 막는다.
산야초 마감토란 자연에서 채취한 굵은 입자의 흙으로, 표면을 덮어 뿌리 보호와 수분 증발 방지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마감 재료입니다. 모든 식물에 올려 줄 필요는 없고, 뿌리가 노출되거나 흙이 물 줄 때마다 파이는 화분에 선택적으로 써 주는 게 맞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작은 차이 하나가 식물 상태를 꽤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화분, 그리고 사랑초 이야기
제가 직접 흙으로 빚어서 가마에 구워 온 화분들이 드디어 나왔을 때, 솔직히 너무 설렜습니다. 돼지 캐릭터 화분, 찌그러진 오리 화분, 밥그릇 모양 화분까지. 손으로 빚다 보니 크게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구워지고 나면 꼭 예상보다 작게 나와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오리 화분은 다 만들어 놓고 뿌듯해하던 차에 툭 건드려서 한쪽이 찌그러졌는데, 이제는 그게 오히려 세상에 하나뿐인 형태가 됐습니다.
이 캐릭터 화분들에 어울리는 식물을 고르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돼지 화분에는 플렁크 레이지 사랑초를 심었습니다. 이 친구는 성장이 빠르고 1년 내내 꽃을 올리는 품종이라, 돼지 머리 위로 덥수룩하게 머리카락처럼 자라날 모습을 상상하며 심었습니다. 실제로 분갈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꽃이 예쁘게 피어 오르기 시작했고, 제가 그리던 모습이 조금씩 현실이 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사랑초를 처음 키우시는 분들께는 먼저 휴면(休眠)을 하지 않는 품종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휴면이란 식물이 특정 계절에 성장을 멈추고 구근만 남긴 채 지상부가 사라지는 현상인데, 처음 겪으면 식물이 죽은 줄 알고 당황하기 십상입니다. 옵투샤 사랑초처럼 화려하고 꽃을 풍성하게 피우는 품종은 이 습성을 어느 정도 이해한 다음에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자료에 따르면(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구근성 식물의 휴면 주기는 온도와 일조량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으므로, 실내 환경에서는 창가 위치와 계절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꽃이 피어 있는 시기에는 잎만 있을 때보다 물을 조금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화분에 비해 뿌리 크기가 생각보다 작기 때문에, 화분 무게를 들어 가벼우면 그때 주는 방식이 가장 안전했습니다. 제 경험상 꽃이 있다고 무조건 물을 자주 주다 보면 오히려 뿌리가 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분재 철사로 행잉 거리대 만들기
베란다에 거리대를 걸어 두면 공간 활용이 확 달라집니다. 처음엔 시중에서 파는 짜구리 — 원형 고리 형태의 걸이 — 를 화분마다 사서 걸었는데, 행잉 식물이 늘어날수록 매번 새로 사는 것도 번거롭고, 걸고 빼는 과정에서 화분이 기울거나 고리가 빠져 버리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재 철사(盆栽鐵絲)로 직접 거리대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분재 철사란 구리나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진 유연하면서도 강도가 있는 철사로, 분재 수형 교정에 쓰이지만 이렇게 소품 제작에도 활용이 됩니다.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두께의 철사를 씁니다. 3.5mm 굵은 분재 철사로는 화분 위아래를 잡는 링과 손잡이 부분을 만들고, 1mm 이하의 얇은 철사로 옆면을 벌집 모양으로 꼬아 주는 방식입니다. 직접 해보니 철사 길이는 화분 높이의 2.5배 정도가 딱 맞았습니다. 처음에 3배로 잘랐다가 너무 남아서 낭비한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반드시 화분을 끼운 채로 꼬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화분 없이 만들면 나중에 화분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생깁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몰라서 결과물을 전부 다시 만들었습니다. 꼬는 횟수는 두세 번이 예뻤고, 끝 마무리는 반드시 펜치로 눌러 찌그러트려 줘야 걸다가 긁히는 일이 없습니다. 손잡이 부분은 옷걸이처럼 위로 구부려 두면 짜구리 없이도 어디든 바로 걸 수 있어서 훨씬 편합니다.
무늬 고려 담쟁이를 라운드 화분에 심고 이 거리대를 씌워 걸었을 때, 제 손으로 만든 화분에 제 손으로 만든 거리대가 맞물리는 느낌이 꽤 남달랐습니다. 화분이 식물의 옷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군요. 담쟁이는 예전에 장마철에 물 관리를 잘못해서 한 번 녹여 먹은 경험이 있는 식물입니다. 야생화 특성상 통풍이 잘 되는 환경을 좋아하는데, 실내에서 물을 너무 자주 주다 보면 습한 여름철에 뿌리가 버티질 못합니다. 이번에는 흙이 절반 정도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원예 관련 재배 정보를 제공하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에서도 실내 담쟁이 관리 시 과습보다 건조 쪽으로 관리하는 게 뿌리 건강에 유리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직접 구워 온 화분에 직접 만든 거리대를 달고, 그걸 베란다 거리대에 뿅 걸어 두는 순간까지 꽤 긴 과정이었지만 중간에 실패한 것들도 다 과정의 일부였습니다. 사랑초는 계속 꽃을 올리고 있고, 담쟁이는 오종종한 새순을 내밀고 있습니다. 화분 만들기나 거리대 만들기가 어려워 보인다면, 일단 철사 하나 사서 손에 쥐어 보세요.
